NoM 개발자의 셀프 인터뷰

NoM 2008. 9. 21. 01:43

뭐하는 물건입니까?

뭐하는 '물건'? 나 말입니까, 내가 만든 프로그램 말하는 겁니까?

아 물론 개발하신 프로그램을 말하는 것이지요. 까칠하시네.

여러 개의 웹 페이지들을 하나의 TXT 파일로 저장하는 툴 이에요.

TXT로 저장한다고요? 그럼 웹 페이지의 서식들은 저장 안 되는 겁니까?

네.

그런 짓을 왜 합니까? 만구 쓸데 없는 짓 아닌가요?

뭐 경우에 따라서는 쓸 데가 있어요. 웹 페이지들을 TXT로 저장하여 전자책 리더나 PDA, 혹은 핸드폰 같은 모바일 기기에서 읽으면 편리하지요.

별로 설득력은 없는 말이군요. 혼자 쓸려고 만든 것 맞지요?

예리하시네.

웹 페이지는 웹 브라우저로 보는 것이 가장 좋지 않나요?

그렇겠지요. 하지만 나 같은 경우는 모니터 앞에 앉아서 장시간 글을 읽는 게 편하지가 않더라구요. 독서 습관이 잘못 든 까닭인지, 침대에서 뒹굴 거리거나 화장실에서 끙끙할 때나 버스 혹은 지하철 안 같은 곳에서만 독서가 잘 돼요. 모니터를 들고 버스를 탈 수는 없지 않습니까?

화장실에는 노트북을 들고 들어갈 수도 있지 않나요?

7인치 미니 노트북을 산 이후로는 가끔 애용합니다.

집 화장실을 말씀하시는 거지요? 설마 회사에서도?

아무리 생각해도 쓸데 없는 프로그램인 것 같은데, 정말 웹 페이지를 TXT로 저장해서 모바일 기기에서 읽는 게 제 정신을 가진 사람이 할 만한 짓이라고 생각합니까?

그렇다면 제 정신이 아닌 사람하고 인터뷰하는 사람은 제 정신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?

웹 페이지를 TXT로 저장해서 자주 읽는 편입니까? 혹시 전혀 그런 경험이 없는 것 아닙니까? 그러니까 이런 비상식적인 프로그램을 만든 것 아닌가요?

군대에서 뺑이 칠 때 무협지 30질 가량을 팜으로 읽었습니다. 브리태니커도 꽤 많은 분량을 PDA에서 읽었고요. 그리고 한겨레21은 몇 년 째 PDA로만 읽고 있습니다.

책 좀 읽는다고 지금 자랑질 하는 건가요?

이름이 뭡니까?

그냥 강남역 김과장이라고 부르면 돼요.

당신 말고 프로그램 이름이요.

NoM 이라고 지었어요. '놈'이라고 발음하시면 되겠습니다.

작명 센스 하고는. 무슨 뜻입니까?

말해봤자 더 쪽팔릴 것 같으니까, 그냥 아무 뜻이 없다고 하지요.

지금 장난 하는 겁니까? 그 놈 이름이 무슨 뜻이에요?

몰라요. 기억나지 않습니다.

흥 좋아요. 놈은 공개 소프트웨어 인가요? 향후에라도 상용화할 계획은 없나요?

니 같으면 이런 소프트웨어를 돈 주고 사시겠습니까?

그렇게 노골적으로 이야기 하지 말고 좀 폼 나게 이야기해보세요. 리차드 스톨만처럼.

아 그래야 하나요? 그럼 다시.

제 회사 동료인 이과장 말에 의하면, 프로그래밍의 목적은 널리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데 있다고 합니다. 놈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널리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.

그럼 소스도 공개하면 더 많은 사람이 행복하지 않을까요?

별로 행복해질 것 같지는 않지만, 어쨌거나 소스는 이미 공개했습니다.

대단한 자신감이군요. 그렇게 근거 없는 자신감이 도대체 어디서 왔는지가 궁금하군요.

자신의 소스를 부끄러워 하면 계속 그 모양 그대로 살게 될 것 같습니다. 부끄러운 자식을 밖에 내놓지 않는 부모의 마음이야 말로 진짜 부끄러운 것 아니겠습니까? 사람들하고 부대끼고 욕도 좀 먹고 해야 더욱 건강하게 자라겠지요.

아, 오래 사시려고 소스를 공개하셨군요.

그렇지요. 벽에 똥칠할 때 까지.

마지막으로 유저들께 한 마디 하시죠.

맘껏 즐기십시오.

동료 개발자들에게도 한 마디 하세요.

맘껏 즐기십시오.

인터뷰 한다고 고생한 나한테도 한 마디 해주세요.

맘껏 즐기십시오.

장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.

네, 감사합니다. 기사 잘 써주세요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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